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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즐거움...

목공 - 책꽂이가 있는 책상 만들기

by 구들마루 2024. 12. 29.

책꽂이 책상 - 일명 독서실 책상 만들기

그동안 그냥 포밍 테이블을 책상 삼아 사용하던 것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기능성은 좋으나 뭔가 이쁘게 갖춰진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했었는지, 어느 날 문득 지훈이가 독서실 분위기가 나는 책상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뭐, 심각하게 얘기했든, 가볍게 얘기했든 자전거 장사 겨울 비수기에 나에게 할 일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마냥 시간을 오래 쓸 수 없었기에, 그리고 얼른 해주면 공부라도 열심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순전히 애비 욕심으로 후다닥 만들어 주었다.

설계 - 스케치하고 패턴 만들기

우선 책꽂이 책상 모양을 그린다. 그리고 각 부재를 치수에 맞게 4x8 집성판에 배치를 한다. 이때 나무결 방향과 재단선의 최소화를 고려하고 자투리가 생기지 않도록 계획한다. 재단선까지 맞춰 계획을 하다 보면, 그리고 두 장으로 소화될 수 있도록, 넘어가면 치수를 줄이더라도 그렇게 계획한다. 또, 너무 작으면 남는 목재가 많아서 아까우니, 적당히 크기를 키워도 좋다. 다만, 너무 과하지 않게.

나무 구입

하드 우드 계열의 집성판으로 보통 아카시아 집성목을 썼는데, 색상이 현란한게 재미는 있지만 공부하는 책상으로는 오히려 정신 사나울 것 같아서 차분한 고무나무로 결정했다. 보통 아마존우드에서 구입하는데, 상판을 이쁘게 뽑으려고 사이드핑거를 찾다가 평내동에 목재상을 발견하고 주문했는데, 역시 거기도 탑핑거만 있어서 차액 환불받고 탑핑거로 수급했다. 사이드핑거 관련 재고 문의를 하면서 주문 내용을 확인했는데, 다행히 친절하게 응대해 줘서 기분 좋게 작업 시작할 수 있었다.

재단하기

창고 입구에 자리를 마련했다. 이래저래 지저분한 집기들이 그냥 질서없이 쌓여 있었는데, 나름 한쪽으로 다 밀어붙이고 테이블쏘를 세팅하였다. 나무는 나뭇결 방향으로 날이 들어가면 켜는 방향, 나뭇결 직각이면 자르는 방향인데, 이에 적합한 톱날이 다르다. 자르는 톱, 켜는 톱 이렇게 다르다는 얘기. 보통 자르는 톱으로 켜기도 했는데, 이번 고무나무는 잘리면서 텐션의 변화로 날을 꽉 잡을 정도로 변형이 있어 부득이 켜는 톱으로 교체하였다. 상판 뒤판처럼 넓은 것은 핸디 원형톱으로, 폭이 좁고 긴 옆판이나 다른 부재들은 테이블쏘를 이용하였다. 목공방처럼 각도절단기가 세팅이 되어 있었다면 더 수월했겠지만, 맨손으로 톱질 아닌 게 어디냐.

샌딩과 오일링

매끄러운 마감의 고무나무 집성판이었지만, 그래도 표면의 미세한 때를 지우고 오일링이 잘 먹도록 사포질을 해준다. 그리고 오일은 레몬오일. 이게 방습은 조금 약한것 같아서 식탁에는 좀 맞지 않은 것 같은데, 책상은 상관없을듯하여 그냥 집에 있던 레몬오일을 발라주었다. 향이 좋다. 그런데 아무튼 바니쉬로 마감을 하고 싶을 정도로 뭘 바른 효과가 적네. 그래도 많이들 사용하는 오일이라 다들 그렇게 쓰나 보다 하면서 작업을 했다.

조립하기

고무나무는 아카시아보다 더 단단한 듯. 드릴이 들어가는게 더 힘들고 나사못 체결도 힘이 더 들어갔다. 무조건 나사못을 박으면 나무게 쪼개질 수 있기에, 3x8 이중기리로 미리 자리를 뚫어주고 나사못을 체결한다. 그래서 전동 드릴과 전동 드라이버가 동시에 필요하다. 재단의 미세한 오차, 직각, 부재의 틀어짐 등으로 약간의 틈이 생길 수 있는데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맞춰 조립한다.

재활용 포밍테이블 다리

상판만 제작하고 하부는 기존 포밍테이블 다리를 이용하였다. 철제 다리와 목재 상판. 뭐 어때, 괜찮다. 오히려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것은 철재가 더 쉽다. 다만, 힘에 대한 마감이 별로 좋지 않아서 약간의 흔들림이 있지만, 그건 힘을 주었을 때 얘기고, 그냥 책상으로 사용하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묵직한 상판과 하드우드의 특성인지 더 튼튼해진 느낌도 있다. 기존 포밍테이블의 상판은 원목이 아니고 갈빗살에 얇은 합판을 앞뒤로 붙이고 시트지로 마감한 거라 가운데를 누르면 꿀렁거리고 처지는데, 원목은 단단하다. 좋다.

조명

쇼핑몰에서 독서실 조명으로 검색하니, 색온도와 밝기가 조절되는 조명이 있다. 목재값이 대충 12만원정도 들었는데, 스탠드 조명만 6만 5천 원. 그래도 조명이 완성이니 만족. 고생 안 한고 구입할 수 있는 독서실 책상 기성품도 있었지만, 재료도 원목이 아니거나 좁고 활용도가 적으면서 가격은 적당하지 않은 것들이 있어 만들기로 하였는데 잘한 것 같다.

 

마치며

목공이 직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에 대한 내공도 늘었고, 옮긴 창고 입구의 활용도 생각만 하다가 실제로 해보니 적당해 괜찮았다. 전문적인 목공은 아니지만, 필요한 것을 만들 수 있을 정도는 되겠다. 욕심 같아선 좀 더 제대로 된 창고에 본업인 자전거와 용품 쌓아두고, 공간을 조금 남겨서 테이블쏘, 각도절단기, 작업테이블 등을 비치하여 붙박이로 세팅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설계하고 겨울에 몰아서 작업하면 일 년이 잘 돌아갈 텐데. 돈벌이로까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중에 자전거를 하기 어려워지면 은둔의 시간으로 소주값 벌기로는 괜찮지 않을까.